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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책 읽은 이야기 [서평/독후감]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출판사 그린비 / 2008-08-25 출간



이 책을 읽게 된 것에는 사실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
어쩌다 알게 된 프레시안 서평쓰기 강좌를 들을까 말까 고민중에 강사의 책을 읽으면 판단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올해의 목표는 오지랖과 에너지를 잘 조절하는 것이기에 새로운 일을 벌이기 위해서는 확실한 근거(?)가 필요했다.
더구나 이 책은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의 한 권이 아닌가.
이미 호모 쿵푸스와 호모 에로스에서 좋은 에너지를 경험했던 터라서 더욱 신뢰하며 구입했다.

이 책도 다른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의 책들처럼
우리 시대와 우리 세대에게 딱 맞는 말투와 내용으로 당연한 이야기들을 지루하지 않게 잘 풀어주어서 좋다.
고전이 이미 많이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고전이 새로운 번역과 디자인으로 출간되어 다시 독자들을 만나는지와 통하는 지점이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면 훈계조로 들리기 쉽건만 이 책의 느낌은 친한 오빠와 대화하는 느낌이다.
"내가 얼마 전에 ~를 읽었는데 말이지"로 시작해서 "역시 ~는 ~게 좋은거 같어" 하는 식의,
남자들이 으쓱거리며 흔히 늘어놓는 폭풍수다.
아, 물론 저자는 오랜 내공으로 겸손하게 잘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뻐긴다거나 오버하는 느낌은 전혀 없다.

그래서 나는 서평쓰기 강좌를 어떻게 하기로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안하기로 했다. 적어도 이번에는 안 하기로 했다.

읽으며 보니 이 책에 소개된 '독서의 후폭풍', '깊이 읽기', '겹쳐 읽기', '독후감 등 책 읽은 기록 남기기', '독서토론' 등의 방법은
내가 이미 스스로 어느 정도씩 체험하여 그 의미와 재미를 맛보아 알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사실 모든 텍스트를 좋아했다.
새우깡 봉지 뒤에 써 있는 원재료 목록, 락스병에 써 있는 락스의 용도조차도 나에게는 즐거운 정보였다.
책이 많은 친구 집에 놀러가면 그 책에 담겨있을 이야기에 설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몇 백권을 읽은 고수이거나 몇 천권을 아껴두는 소장학자는 아니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전형적인 학교 공부에 빠져서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대학교 이후로 이런저런 기독교 활동에 있으면서 추천받은 책 중심으로 책읽기를 다시 슬슬 시작했고,
사회생활 하면서, 특히 요즘 만나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관심사가 넓어지다보니 책을 읽는 넓이와 깊이가 조금씩 넓어지게 되었다.
위에 써 놓은 독서와 관련된 깊은 경험들은 다 최근 수년 간 겪은 일들이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책읽기 및 책읽기 관련 활동들을 꾸준히 열심히 하면 그것으로 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모 부커스'라는 책 많이 읽은 친한 동네 오빠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를 고개를 끄덕거리며 열심히 들어준 후, "그래 역시 잘 하구 있구나" 하며 어깨를 두드려준 기분이다.

최근에 다시 읽은 '이성의 기능'에서
사변이성(다른 말로는 '사유''생각''각종 이론')은 지금 당장은 어떤 실제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생각을 넓히는 자체가 삶에 상향하는 에너지를 주며, 경험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힘이 되고,
다른 차원의 생각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자본이 된다고 하였다.

책읽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깊고 넓게 하고, 나 자신을 더욱 새롭고 성숙하게 하는 것에는 과연 그런 힘이 있다.
최근 몇 년의 독서 활동을 통해서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고, 달라졌고
생활의 여러 부분을 바꾸었고, 지금도 바꾸고 있고
세상에 여러 모습으로 참여하고 실천하게 되었다.

또한 어린 시절의 독서활동도 나에게 잠재력을 더욱 키워주었구나 하는 것도 이번 책을 통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앞에서 나는 "전형적인 학교 공부에 '쫓겨서'"가 아니라 '빠져서'라고 했다.
나는 그 시절 학교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다.
스트레스를 안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실제로 꽤 많이 받았지만
세상에 이렇게 잘 정리된 학문들이 있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신기했고
맘만 먹으면 그 내용을 완벽하게 학습할 수 있을 것 같은 도전정신이 있었다.
문제집을 풀어도 그냥 풀어야 하기에 푸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걸 다 풀 수 있다는 사실에 의기양양하면서, 풀고 나서는 그만큼 무엇인가를 더 알게되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다.
세상에 신기한 것, 배울 만한 것이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과정과 내용이 매우 재미있다는 사실은
어렸을 때 책을 읽으면서 배웠던 것이다.

책 읽기를 이미 즐기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다소 시시할지도 모르겠다.
한편, 뭔가 지루한 인생에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뭔가 해 보려는 사람,
그리고 그 뭔가 해보려는 목록에 '책도 좀 읽고'가 들어 있는 사람,
책읽기를 아이들 혹은 친구들과 함께 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더욱 유익하겠다.

* 이 글은http://club.cyworld.com/53872123118/23802369에도 올려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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