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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책 읽은 이야기 [서평/독후감]

* 토리 홈페이지에 올린 김현준 님의 글입니다.

건투를 빈다 -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출판사 푸른숲/ 2008-11-10 출간


혜정이의 주옥같은 책들 속에 있으니 왠지 이름 밝히기 부끄러운 책...^^;;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이런 책들은 군대에서 이미 수십 권은 봤으니(근데 군대엔 왜그리도 자기계발서가 많은 걸까...) 더 볼 것 없다고 생각했다. 기초공동체에서 책을 읽고 나눔을 하자고 했는데 이 책 얘기가 나왔다. 뭐 가볍게 쉬어가는 코너라 생각하며 봤는데 그래도 나름 내공이 있다는 생각에 김어준을 조금 다시 보게 되었다고나할까?ㅎㅎ

대충 밑줄 긋기를 하면 아래와 같다.

인간에겐 소유욕과 존재욕이 있는데 소유욕은 경제적 욕망을 존재욕은 인간과 인간이,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의지를 뜻한다. 그런데 그 존재욕을 희생해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건 병적사회다. (13)

라캉 曰, 아이는 엄마의 욕망을 욕망한다. ...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허망해질 땐, 하나도 이룬 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했던 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다. (23)

당신이 누군지를 결정하는 건 자신의 선택이다. 더 정확하게는 자신이 했던 무수한 선택들이 하나하나 모여 결국 자신이 누군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 선택의 누적분이 자기다. ... 모든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거다. 사람들이 선택 앞에서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선택으로 말미암은 비용을 치르기 싫어서다. (53)

키 작은 거, 불리하다. ... 당신은 어쩌면 키만 크면 지금까지 안 되던 것들이 만사형통일 거라 생각하는 거 아닌가. 그건 아니올시다 되겠다. 키는 당신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겨우 하나다. 진정으로 당신을 왜소하게 만드는 건 키 자체가 아니다. 그 키로 인해 위축되는 당신이지. ... 문제의 본질은 뼈의 길이가 아니라 그로 인한 자존감의 결여다. (58)

당신은 당신의 삶과 미래가 당신의 계획과 실천에 의해 대부분 결정 난다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실제 당신 삶 중 상당 부분은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온 우연에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138)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재밌는 공통점 중 하나가 30대까지도 이런 저런 일을 전전하다 30대가 한참을 지나서야 비로소 해당 분야에 정착했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그 전까지 배운 건 전부 남들 이야기니까. 스스로 겪고 배우고 부대낀 게 아니니까. 스스로 겪고 배우고 부대끼는 가운데 자신에게 맞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겁게 하다 보니 어느 날 성공해 있더란 거다. 그 일을 처음부터 목표로 한 게 아니라. 그러니 남들 그만 부러워하고 당신이 뭘 잘 할 수 있는지, 언제 즐거운지를 파악하는데 집중하는 게 옳다.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게 두려워서 많은 사람들이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감당하기 싫어 아예 선택 자체를 피해버린다. 그렇게 선택으로부터 도망가면 결국 다른 사람이나 시간이 당신을 대신해 선택을 한다. 결과라는 건 그렇게 당신이 선택을 하든, 어떤 모양으로든 반드시 닥치게 마련이다. 그 경우 당신은 당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거다. 그러니 어느 쪽이 됐건 반드시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시라. ...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후회될 땐 잘못된 선택을 되돌아볼 때가 아니라 그때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을 때다. (224)

세상엔 두 종류의 자신감이 있다. 내가 쟤보다 키 커서, 돈 많아서, 잘생겨서, 그런 비교 우위 통해 획득하는 자신감. 이건 나보다 키 크거나, 돈 많거나 잘생긴 상대 앞서 바로 죽는다. 상대적 자신감. 반면, 상대가 돈 많거나 잘생긴 게 내가 보유한 자신감의 총량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유형이 있다.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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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객관화란 입체의 연속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다."
저자는 성인(성숙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객관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엥간한 내공이 있지 않고선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연민 혹은 아집에 휩싸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것이 자기를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파악하기 어려워한다. 저자는 이러한 자기객관화 능력이 마치 이두박근처럼 노력해서 획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상담의 대상이 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만을 특별한 것이라 믿으며 스스로 고통을 가중시키는 현실을 마주할 때, 그에 대한 저자의 문제인식과 그 해결방안으로서의 '자기객관화'라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저자는 충분히 박수쳐줄만한 대단한 사람이다. 자기논리 안에서 스스로 완성된 삶을 살고 있으므로... 하지만 조금 다른 차원에서 인간을 개체적 존재가 아닌 공동체적 존재로 새롭게 규정한다면 진정한 자기객관화란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이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지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숙한 개인이 아무리 객관적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적인 한계(지적수준, 해왔던 경험 등의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 이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바대로 "사회적 관계를 확대하고, 시대의 맥 놓치지 말고, 인간 심리의 본질을 탐구하고, 사람을 다양하게 사귀고, 문화 경험과 연애, 여행을 많이 하라."는 것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이상은 극복불가능하지 않을까. 애정을 갖고 자신을 지켜봐주는 존재들이 있다면 그리고 나와 그 존재들이 상호 간에 신뢰를 형성하고 있다면 그것은 성숙한 개인이(그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형성하는 것에 비할 수 없는 차원의 '자기객관화'과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어떻게 행복해져야 하는지 알고 그렇게 살 수 있게 만들어줄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자기가 언제 행복한지 스스로도 모르더라. 하여 자신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남한테 그렇게도 해댄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런 자신을 움직이는 게 뭔지, 그 대가로 어디까지 지불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 본원적 질문은 건너뛰고 그저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만 끊임없이 묻는다. 오히려 자신이 자신에게 이방인인 게다. ... 세상사 결국 다 행복하자는 수작 아니더냐"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너는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고 만족하며 산다고 한 적이 있다. 내가 살고 싶었던 '대안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사는 삶'을 나름 충일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때로는 피곤하고 불안하며 지긋지긋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것'과 '사는 것'이 서로를 배반하지 않고 있음에 만족한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나에게 행복이란 '짧은 시간이나마 감정적으로 쾌감을 느끼는 순간'을(이를테면 만화책을 침대켠에 쌓아두고 1600원짜리 노래방 홈런볼 한 봉지와 사이다 1리터를 손 닿는 곳에 두고 한참을 몰입해있는 것) 의미했고, 어차피 인생이 매순간 행복할 순 없을텐데(빌려온 만화책은 언젠가 다 보게 마련이고 홈런볼은 질리게 마련이니...^^) '네 인생은 행복하냐'는 류의 질문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만족하지만 행복하지는 않다'라고 했던 내 개념설정이 실제로 나를 행복하지 못한 존재로 만든다고는 별로 생각하지 못했다. 

"행복이란?"이라는 질문 앞에서 사람들이 내리는 정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이 설정한 행복의 개념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스스로 만족하다고 여기는 삶, '내가 배운 바대로 살면서 타인에 대해 내 존재를 열어두는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해 나를 한계 짓고 있던 틀거리가 넓어지다 못해 깨어지는 과정을 경험 하는 삶'은 분명 크나큰 행복의 조건일 것이다. 그동안 나를 행복하지 않게 만들었던 것은 행복에 대한 저열한 개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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